자유를 찾아서

가 을

                                김 택 성

내가 은행나무를 바라보자 몸을 떤다

자궁에서 알들을 쏟아낸다

바람이 불자 그림 속 詩들이 날아간다

부서진다

바람이 시들이 마음에 든다고 안고 간다

시들이 날아간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김 택 성

풍경이 달려와 내 가슴에 안긴다

물거품은 무지개가 되어 사라지고

소녀는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문득 걷다가 변두리 산동네

골목길 외딴집에 섰다

고갱은 십자가를 지고 타히티에서 걸어오고 있다

나는 십자가를 메고 가다 쓰러져 코피를 쏟는다

시(詩) 몇줄이 흘러나온다

나는 백리 밖 바다의 냄새를 맡는다

낙타가 나에게 달려온다

모래바람

시 장

                         김 택 성

개천에 시꺼먼 물이 흘러가고

배추와 무우가 쌓여있다

시장에서 쭈그리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여자

파랗게 얼은 젖

겨울바람이 차다

하늘에 별이 솟아나고

별이 세상을 내려다본다

생 명

                                              김 택 성

운동장을 걷다

인조잔디를 뚫고 솟아나온 풀

집이 없어도 흙을 끌어 모아 살아간다

하수구에 씨가 떨어져 몸을 일으키는 나무

 창살 밖으로 삐져나왔다

아스팔트를 뚫고 솟구친 버섯

男根이 불쑥 솟았다